9일 강릉 신석동 인근 감자밭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30년 동안 농사일을 하면서 올해 같은 가뭄은 처음이야…"강원 동해안 지역에 가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찾아간 강원 강릉시 신석동에 있는 한 감자밭.
감자밭 주인인 강승청(68)씨는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등 60여 명과 함께 감자를 수확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감자를 바라보고 있는 강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한가득 묻어났다.
이 곳을 포함해 약 7만 평 가량의 감자밭에 지난 3월 감자를 파종했지만, 이후 마른 장마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것은 물론 감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품질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수확량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30~5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적으로 자랐을 경우 350~400g 안팎의 크기가 나와야 하는데 올해는 그런 씨알을 구경하는 것 조차 힘들다. 기껏해야 200g에 그치는 등 크기도 절반 수준에 머무르면서 품질로 따지면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9일 강릉 신석동 인근 감자밭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그나마 강씨의 경우 감자밭 옆에 작은 수로라도 있어 다른 곳에 비해서는 다소 나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에 대비해 직접 관정을 뚫고, 미생물 공장을 짓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최악의 가뭄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강씨는 "3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 같은 가뭄은 정말 처음이다. 감자를 심은 후 그냥 인공적으로 물을 준 것 밖에 없고, 하늘에서 준 건 없으니까 안된다고 봐야하지 않겠냐"며 "올해 감자 농사를 위해 투자했던 비용 회수 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감자 수확량의 경우 3.3㎡에 평균 9.9㎏ 정도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6.6㎏으로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강릉시는 파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달부터 본격 수확하고 있는 옥수수와 고추도 수확량과 품질 등에서 가뭄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강릉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바닥을 드러낸 오봉저수지. 연합뉴스한국농어촌공사와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강릉지역의 누적강수량은 234.9mm로 평년 486.2mm의 48.3%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의 평년 6월 강우량이 118.5mm였으나 올해는 18.6mm에 그쳐 평년 대비 약 84%가 감소하며 역대급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강릉시의 주요 취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도 이날 기준으로 평년(65.7%) 절반 수준에도 못 비치는 30.9%로 뚝 떨어졌고, 농업용수는 이미 제한 급수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동해안 지역에 특히 당분간 비 예보도 없어 가뭄 피해 확산이 더욱 우려되고 있다. 물 사용이 늘어나는 피서철을 맞아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뭄이 지속될 경우 생활용수 제한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가뭄이 해제될 때까지 가뭄 대책 종합상황실을 설치·운영하는 한편 시민들을 상대로 물 절약 캠페인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릉시, 가뭄 및 폭염 영농 긴급대책 회의 개최. 강릉시 제공우선 시는 농업용수 공급의 핵심 기반인 용수시설 346개소에 대한 점검을 완료했으며 양수 장비 58대를 읍면동에 전진 배치했다. 농기계임대사업소의 양수 장비도 즉시 대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또한 농업용 관정 37공(중형 6, 소형 31)과 스프링클러, 양수기를 추가 신청을 받고 있으며 가뭄에 취약한 밭작물의 용수 공급을 위해 지원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지난 8일 21개 읍면동 산업팀 및 유관기관 관계자가 모여 가뭄 및 폭염 대등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했다. 회의에는 강릉시 농업기술센터, 읍면동 재해업무 담당자, 농어촌공사 및 농협중앙회 관계자 총 27명이 참석해 각 부서별 추진현황 및 계획, 각 부서별 협조 사항 등을 논의했다.
특히 가뭄이 지속되면서 피해가 우려되자 시청 직원들은 최근 출근길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물 절약 캠페인'을 전개하며 시민들의 물 아껴쓰기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김경태 농정과장은 "기상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가뭄으로 인한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경감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관계기관 간 유기적인 협조 체제 구축해 적극 대처하는 등 가뭄으로 인한 시민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출근길 물 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강릉시 공무원들. 강릉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