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가스폭발 펜션은 '불법영업'…안일한 동해시 '비난'

동해 가스폭발 펜션은 '불법영업'…안일한 동해시 '비난'

  • 2020-01-28 00:11

지난 1년 6개월 간 동해시 불법 건축물 '300여건' 적발
동해시 "불법 건축물 적발 통보 올 때마다 대처 어려워"
희생자 유족 "하루 아침에 일가족 몰살" 진상규명 촉구

지난 25일 오후 7시 46분쯤 동해시 묵호진동의 한 펜션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강원소방본부 제공)

 

설날인 지난 25일 가스폭발 사고로 일가 친척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토바펜션은 해당 지자체에 신고도 하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9년 가까이 버젓이 불법으로 펜션을 운영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고, 관계당국이 불법 영업 사실을 확인하고도 방치해 결국 참사를 막지 못했다. '예고된 인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27일 동해시 등에 따르면 가스폭발 사고가 난 동해시 묵호진동의 건물은 지난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됐다. 이후 이 공장은 1999년 건물 2층 일부를 다가구 주택으로 용도변경한 뒤, 2011년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했다.

다가구 주택은 펜션 등 숙박영업을 할 수 없다. 이 건물 건축물 대장에도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 주택'으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동해 토바펜션에서 27일 경찰이 추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바펜션은 버젓이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열고, 2층에서 모두 8개 객실을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 해당 지자체인 동해시에 펜션 영업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데다, 행정기관의 단속도 미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소방당국은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4일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진행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건물이 불법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당시 내부를 점검하려고 했지만 건축주가 거부해 못했다.

이에 소방당국은 다음 달인 12월 9일 동해시에 이 같은 위반 사항을 통보했지만, 별다른 행정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동해시는 이번에 소방점검이 진행된 이후에서야 해당 건물이 용도변경을 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시에 따르면 지난 1년 6개월 동안 동해소방서 주관으로 실시한 화재안전특별조사에서 모두 300여 곳의 업소가 적발됐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전국적으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실시했는데 사고발생 건물에 각종 위반 사항이 지적돼 개선 명령과 함께 동해시 담당과에 통보했다"며 "사후 조치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소방 기록에는 없다"고 전했다.

한 유족이 가스폭발 사고에 대해 '동해시'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영래 기자)

 

동해시가 위법 사항을 인지하고도 폭발사고 전까지 40여일 동안 아무런 행정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결국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희생자 유족들은 동해시가 위법 사항을 알고도 방치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족 A씨는 "소방에서 점검 후 시정하라고 알렸는데 시청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일가족이 몰살 당했는데 대체 누가 책임을 저야 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동해시 윤승기 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시설은 보건복지부 조사와 우리 시의 모니터링에서 빠져 있었다"며 "불법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사전에 몰랐다"고 인정했다.

이어 "직원 본연이 하는 단속업무도 있는데다 추가로 300여건의 적발건수가 통보되면서 업무가 과중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불법으로 적발된 건축물이 많다보니, 통보가 올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워 일괄적으로 후속조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동해시 윤승기 부시장이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유선희 기자)

 

앞서 지난 25일 오후 7시 46분쯤 동해시 토바펜션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해 이모(여. 70)와 남편 최씨(76) 등 4명이 숨졌다. 이와 함께 숨진 이씨의 또다른 자매인 이모(여. 58)씨 등 3명은 전신화상 등의 중상을 입어 화상전문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치료를 받던 또 다른 이모(56)씨는 다음 날인 26일 오후 4시 48분쯤 끝내 숨졌다.

이들은 부부와 자매, 사촌 등으로 설 연휴를 맞아 여행 온 일가족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 당시 1층 횟집을 이용하던 시민 2명도 유리창 파편 등으로 인해 가벼운 부상을 입어 치료 후 귀가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한편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 5개 기관은 지난 26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합동 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도 현장을 찾아 사건 단서를 찾기 위한 감식에 나섰다.

경찰은 발화지점이 휴대용 버너인지, 인덕션으로 교체되면서 마감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LPG 가스배관인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26일 현장 합동감식에 나선 국과수. (사진=전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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