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지 못했던 지난 1년…아이들, 사고 후유증 '고통'

안녕하지 못했던 지난 1년…아이들, 사고 후유증 '고통'

[강릉펜션 참사 1년 ②]
의식 잃은 후 회복한 학생들, 여전히 병원치료 중
몸은 조금씩 나아지지만…심리·정신 후유증 '걱정'
완전히 달라진 삶에 피해자 가족들 "일상 파괴됐다"
안전불감증 사고 반복…"안전사회 만들어달라" 호소

※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 10명이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지 1년이 다 지나고 있다. 유족과 피해학생 학부모는 여전히 아픔에 눈물 짓고 있다. 강원영동CBS는 강릉펜션참사 1주기를 맞아 농어촌 민박의 관리 실태를 돌아보고,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짚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피해 가족 아픔은 '진행형'…"매일 사진 보며 대화"
② 안녕하지 못했던 지난 1년…아이들, 사고 후유증 '고통'
(계속)

사고 당시 펜션(사진 왼쪽)과 강릉아산병원 치료실(사진 오른쪽). (사진=유선희 기자)

 

"엄마!"

적막함이 감돌던 고압산소 치료실에 아이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의식이 깨어났음을 알리는 목소리였다. 담당 전문의 강릉아산병원 강희동 센터장은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아이들 엄마를 찾았다.

"어머니 여기로 좀 와보세요. 아이가 깨어났어요!!"

1년 전 그날을 더듬으며 말을 옮기는 강 센터장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아이가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엄마!'하고 외치는 거예요. 마치 신생아가 태어나서 웅얼웅얼하다가 마침내 '엄마!' 하고 말을 틔우는 것 같았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난해 12월 18일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떠났던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이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누출로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사건은, 아이들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의료진 모두에게 여전한 '슬픔'이다.

펜션사고 당시 강릉아산병원에 마련됐던 보호자 대기실. (사진=유선희 기자)

 

의식을 잃은 후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씩씩하게 일어나준 우리 아이들은 1년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취재진은 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복귀한 아이들의 부모님과 어렵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이가 워낙 밝은 아이예요. 지금도 여전히 밝은데.. 엄마는 알잖아요, 아이가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걸. 먼저 떠난 친구가 준 선물들은 지금도 애지중지하면서 가지고 있어요. 한 친구가 과자를 줬는데, 그 과자봉지를 아직도 안 뜯고 있어요. 아마 마음의 상처는 영원할 것 같아요.."

A군의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담담하게 가다듬으며 아이 근황을 전했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평범한 생활을 했을 A군의 일상은 강릉펜션 참사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A군은 사고 발생 이후 퇴원을 하고서도 재입원과 치료, 재활 등을 반복하며 지냈다.

A군의 어머니는 "다행히 아들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치료는 계속할 예정으로, 일단 한번 사고에 노출됐던 터라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항상 염려와 걱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아이가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사고 후유증을 오래 앓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먼저 떠나간 친구들 소식을 알려주던 날, 병원이 떠나가라 통곡했던 아이의 굵은 눈물을 부모님들은 잊을 수가 없다.

사고 직후 펜션 앞에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는 모습. (사진=유선희 기자)

 

B군의 어머니는 "저희 아이가 워낙 친구들과 친했던 터라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며 "아들이 친구들 사망 소식을 듣고 첫마디가 '왜 나만 살았냐'면서 자책을 하니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울먹였다.

이어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저희 아들은 그래도 상황이 많이 좋아진 상태여서 현재는 병원에 다니지 않고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아이가 당시 사고에 대해 꺼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자기들끼리는 자주 만나서 서로 위로하고 또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을 찾아가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사고 후 바뀐 일상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장기간 치료를 반복해야 하는 아이의 가족들은 너무나 힘든 1년을 보냈다. 특히 꽃다운 아이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부모님들은 더 버거운 시간이었다.

혹여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많이 망설이며 입을 연 C군의 어머니는 "사고를 경험한 아이는 이 아픔과 기억을 평생 가지고 갈 텐데, 괜히 상처를 들춰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크다"며 "아이는 퇴원 후에도 계속 병원을 오가며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항상 아이와 병원에 다니니까 저희의 일상도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저희는 이렇게 사고 후유증을 안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사고 책임 관련자들은 서로 남 탓을 하는 것을 보면 너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릉펜션 참사 이후 열린 대책회의. (사진=전영래 기자)

 

힘겹고 버거운 1년을 보내면서도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살려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 의료진들은 물론 아이들 옆에서 항상 함께해준 대성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와 함께 부모님들은 더는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책임자들의 엄중처벌'과 '안전사회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몇 번이고 힘주어 강조했다.

"아이가 크게 다치고 장기간 치료를 반복하면서 가족 모두 너무 힘든 1년이었습니다. 사고 이후 평범하고 평화로웠던 일상이 파괴됐고, 정신적 고통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어요. 저희도 이러한데 세상을 떠난 아이들 부모님들의 삶은 저희보다 더 바뀌었을 거거든요.. 곳곳에서 안전불감증, 편의주의 등으로 여전히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제발 우리 아이들과 같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안전에 더욱 경각심을 갖고, 촘촘한 제도 마련·실천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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