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사고로 떠나보낸 아들…"돌 지난 아이는 어쩌나" 절규

승강기 사고로 떠나보낸 아들…"돌 지난 아이는 어쩌나" 절규

속초 승강기 사고로 아들 보낸 아버지 피끓는 심경 토로
다단계 하도급 속 '위험의 외주화'…산산조각 난 '청춘'
유족, 공사현장에서 안전관리 제대로 이뤄졌나 강한 의문

지난 14일 오전 8시 27분쯤 속초시 서희 스타힐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인근 CCTV에 포착됐다. (자료=인근 건물 CCTV 화면)

 

지난 14일 '속초 서희 스타힐스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 사망자와 중상자 4명은 모두 20~30대였다.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는 반복되는데 제대로 된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이 이제 막 자신들의 앞날을 꾸려나가야 하는 청년들이 한순간에 '미래'를 잃었다.

이번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들의 아버지 A씨는 지난 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눈물 머금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이제 막 돌을 지난 13개월 된 아들이 있었거든요. 가정을 꾸린다고 본격적으로 인력사무소에서 일거리를 알아보고 일을 한다고 하기에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이 위험하니까 걱정이 됐었는데 추락 소식을 들으니까... 그 심정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요..."

A씨에 따르면 아들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아들이었다. 대학교 때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용돈을 모았고, 졸업 후 본격적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히 일해왔다. 힘든 내색 한 번 내비치지 않는 듬직한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의 죽음이 아버지는 그저 자신 탓인 것만 같아 스스로가 원망스럽다며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경제적인 능력만 되면 좀 도와줬을 텐데... 그럼 험한 일도 안 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부모 잘못 만나서 저렇게 사고를 당한 게 아닌가 그냥 그런 생각이 들고요... 내가 정말 한심해요. 인생이 후회되고... 너무 애통합니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나선 일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본 부모의 마음은 그저,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A씨는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고, 아직도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어제도 아들 사진을 들춰내다가 도저히 볼 수 없어 그냥 덮어버렸다"고 흐느꼈다.

서희 스타힐스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 지점. (사진=유선희 기자)

 

이런 가운데 이번에 숨지거나 크게 다친 이들은 모두 '재하청' 업체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온 노동자들이었다(CBS노컷뉴스 8월 16일. [단독]속초 승강기 사망자…이번에도 힘없는 '하청노동자'였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일을 넘기고, 하청이 2차로 재하청 주는 구조에서 '안전'에 대한 관리 감독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원청업체인 서희건설 측은 현장에 안전관리소장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사고 현장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유족들은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책임은 지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애꿎은 청년들이 하루아침에 3명이나 목숨을 잃고 1명이 전신마비 우려가 있을 정도로 크게 다쳤다.

A씨는 인터뷰 마지막으로 건설 현장에서 안전관리에 대한 면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비슷한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저 책임을 벗어나려는 데만 급급해 사고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는 한, 우리는 비슷한 사고 현장을 계속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안전조치 등 제대로 된 개선책을 세워 다시는 이런 '원통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몇 번을 힘주어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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