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 무·배추값 '폭락'…농가들 "차라리 산지폐기라도"

고랭지 무·배추값 '폭락'…농가들 "차라리 산지폐기라도"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9일 강릉·평창 방문
고랭지 농가들 "가격 회복 안되면 산지폐기" 요구
정부 "수급 상황 지켜보며 즉각적인 조치 나서겠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9일 국내 대표 고랭지 채소재배 단지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를 방문해 작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전영래 기자)

 

최근 고랭지 무·배추 가격 폭락으로 산지 폐기사태가 속출되는 등 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 등은 19일 고랭지 채소 최대산지인 강원 강릉 안반데기와 평창 대관령지역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강구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현장점검에 참여한 고랭지채소 생산자협의회(강릉·태백·정선·삼척) 김시갑 연합회장은 "조금 전 브리핑을 통해 상황을 듣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고랭지 배추만 하더라도 작황시기를 보면 80%가 추석 밑에 집중돼 있다. 오늘(19일) 아침 시세만 보더라도 최근 3년 평균이 1만 원 이상인데, 4천 원대에 형성되면서 배추값도 반토막이 난 상황"이라며 하소연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추석까지 집중 출하 시기와 맞물리면 가격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서 출하 정지 등의 조치를 하면 우리도 일정 기간 관리를 하겠다"며 "이래도 회복이 안되는 상황이 된다면 산지 폐기를 하는 쪽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과잉생산이 되면 수매를 해 비축으로 간다. 그러다 보니 다음 작기, 그 다음 작기에서도 계속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비축된 것이 시장에 나오는데 그러면 안되고, 과잉 생산되면 현장에서 산지 폐기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개호 장관은 "올해 고랭지 무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작황도 좋아 과잉이 예상되는 9천톤을 시장격리하고 있다"며 "배추는 수급 상황을 지켜보다가 지금보다 악화될 기미가 보이면 산지폐기와 같은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랭지 채소는 워낙 이름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지 가격을 유지하면서 지켜나가겠다"며 "채소류도 필요하다면 벼 처럼 휴경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는 만큼 채소류 출하 근본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19일 국내 대표 고랭지 채소재배 단지인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배추를 싣고 있는 인부들. (사진=전영래 기자)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고랭지무 재배면적은 2525ha로 평년보다 3% 증가했고, 생산량25만3천톤으로 11% 늘었다. 지난 7월 무 가격은 개당 763원으로 평년(1278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4661ha로 평년보다 7% 줄었지만, 작황 호조로 예상 생산량은 평년대비 2% 증가한 40만7천톤 수준이다. 7월 기준 도매가격은 포기당 1948원으로 평년(2360원)보다 낮게 형성됐다.

김시갑 회장은 "무와 배추 모두 생육환경 등 작황이 좋고 봄 작기 저장물량도 이미 포화상태에서 집중 출하 시기와 맞물려 가격이 더욱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어쩔 수 산지폐기를 바라는 농가들의 마음이 어떻겠냐"고 시름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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