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발생 20일 만에…피해 이재민 찾은 한전 사장 '질책'

산불 발생 20일 만에…피해 이재민 찾은 한전 사장 '질책'

고개 숙인 김종갑 사장 "심려끼쳐 드려 죄송하다"
산불 피해 이재민들 "명확한 손해배상 말해달라"

고개 숙인 한전 김종갑 사장. (사진=유선희 기자)

 

고성·속초 산불이 발생한 지 20일이 흐른 24일 오전 한국전력공사 김종갑 사장이 피해 이재민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전 김종갑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고성군 토성면사무소 2층에서 "이번 산불이 한전 설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한전은 일단 형사적 책임 여부와 관계 없이 대책위와 지자체와 협의해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어떤 조치를 할 지를 다 말하라고 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여러분들이 마음이 급하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잘 알지만 일단은 수사를 지켜보면서 비대위와 지자체 등과 함께 이야기를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민들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산불 발생 20일이 지나서야 등장한데다 손해배상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자 주민들은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산불 피해 이재민과 만난 한전 김종갑 사장. (사진=유선희 기자)

 

한 이재민은 "사람이 죽었고 일부 주민들은 집과 사업장 등을 다 잃었는데 너무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며 "우리는 손해배상에 대해 명확히 듣고 싶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이재민은 "누가봐도 한전이 관리하는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어 산불이 발생한 만큼 한전은 과실 책임을 인정하라"며 "손해 배상이 없으면 우리는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민들은 한 목소리로 "산불 발생 20일이 지나서야 찾아왔으면서 피부에 와닿는 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이게 뭐냐"며 "이런 이야기를 할 거면 왜 왔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지금 주민들이 급한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배상) 범위에 대해 어떻게 될 지는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달라져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전 사장의 입장문 발표 전 "먼저 이재민에게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 이재민. (사진=유선희 기자)

 

한편 김 사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기 전 이재민들은 "언론플레이 하지 말고 먼저 피해 주민들한테 사과하라"며 길을 가로 막아 잠시 소동을 빚기도 했다.

김 사장은 15분 동안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만난 후 토성농협 본점 2층에서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만나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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