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타는 순간이 생생"…산불 트라우마에 신음하는 아이들

"집이 타는 순간이 생생"…산불 트라우마에 신음하는 아이들

피해 아동 170여명 '우울·불안·불면증' 호소
지속적인 심리 치료 지원체계 구축 필요

화마가 집어삼킨 삶의 터전. (사진=전영래 기자)

 

지난 4일 발생한 속초·고성 산불로 피해를 입은 170여 명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성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A(8)양. 다문화 가정에서 살고 있는 A양은 화마가 삶의 보금자리를 덮치면서 내복 차림으로 엄마와 함께 몸만 빠져나왔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은 A양은 현재 불안감이 극에 달에 한 순간도 엄마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중학교 3학년 B(16)양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로 하루하루를 고통속에 보내고 있다. B양은 할머니, 지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함께 이렇게 세 식구가 힘겹게 살아가다 삶의 터전마저 잃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B양을 만났을 당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여전히 눈물이 그치지 않고 있다.

24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본부에 따르면 이처럼 산불로 인해 제대로 잠도 못자고, 우울과 불안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이 1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마에 잿더미로 변한 삶의 터전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는 한 이재민. (사진=전영래 기자)

 

하지만 집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지켜본 만큼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 상당수가 조손가정과 다문화가정, 난민가정 등 취약계층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은 극심한 불안감에 새학기가 시작된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학교 생활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피해 학생이 있는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심리상담을 비롯해 국가트라우마센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강원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유관기관과 연계한 심리 상담, 병원 치료 지원 등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교과서와 교복을 비롯해 학용품 등 구입비와 야간 돌봄교실, 교통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도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에 대한 심리치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 차원의 심리치료 상담사들도 아이들의 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지속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고주애 강원본부장은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잠도 못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피해가 재산 피해 이상으로 크지만, 이 부분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아동 인식에 대한 수준이 아닌가하는 마음에 씁쓸하다"고 전했다.

이어 "아동발달 과정에서 이렇게 큰 경험을 하면 트라우마가 오랫동안 이어져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평생 고통을 겪어야 한다"며 "장난감도서관과 놀이터 등 장기적인 심리치료를 받기 위한 시설 등을 마련해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영동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