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서 반려견 놀이터 조성됐지만…환경문제로 결국 '이전'

속초서 반려견 놀이터 조성됐지만…환경문제로 결국 '이전'

속초시, 소통 부재와 예산 낭비 지적 논란 피하기 어려워
환경단체 "반려견 놀이터 환영하지만 생태문제 고민 필요"
애견협회 "부지이전 아쉽지만 조속한 대체 공간 마련 기대"

속초시 영랑호 생태습지 내에 조성된 반려견 놀이터.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 속초시 영랑호 생태습지 내에 반려견 놀이터가 조성됐지만, 부지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개장한 지 한 달여 만에 결국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됐다.

영랑호 생태습지는 원주지방환경청이 지난 2010년부터 배후습지대 조성을 위해 호수 상류, 장천 하구에 60여억 원(국비 42억 원·지방비 18억 원)을 들여 2015년 준공했다.

하지만 이 공간 내에 200평(600여㎡) 남짓한 반려견 놀이터가 들어서면서 환경단체들은 백로·왜가리 서식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원주지방환경청은 14일까지 시설물을 철거할 것을 시에 요구했고, 김철수 속초시장이 지난 13일 직접 원주지방환경청을 방문해 "반려견 놀이터가 습지 공원의 1.3% 정도를 침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내에 부지가 부족한 점을 양해해달라"고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환경청은 대체 부지를 마련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김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 봄까지 시설물을 이전하도록 시와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달 10일 문을 연 반려견 놀이터는 운영 한 달여 만에 새로운 부지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속초시 영랑호 생태습지. (사진=유선희 기자)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영랑호 생태습지는 오는 2020년까지 생태계 훼손복원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시설물 사용도 최소한으로 조정하고 있는 곳"이라며 "특히 주민과 관광객 등 공공을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인 만큼 애견인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놀이터를 만든 것은 애초 사용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면밀한 검토 없이 생태습지공원에 부지를 조성한 것을 두고 소통 부족, 예산 낭비 등 비난도 일고 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김안나 사무국장은 "반려견 놀이터는 환영하지만, 동해안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는 자연호수 영랑호 일대에 들어오는 것은 생태환경 보호 측면에서 부합하지 않는다"며 "시에서 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더라면 부지 이전처럼 불필요한 혼선이나 예산 낭비는 없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동물보호단체 행강 박운선 대표는 "조류들은 반려견이 짖는 소리만으로 충분히 불안감이 조성될 수 있다"며 "생태습지 공간에 반려견 놀이터가 조성된 것은 애초부터 시행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속초지회 애견협회 김성환 이사는 "속초시 자체가 땅이 부족해 반려견 놀이터를 지정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예 해변 백사장을 반려견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면 반려견은 물론 견주들도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속초시 관계자는 "시민단체들과 좀 더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다"며 "적정 대체부지를 물색해 차질 없이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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