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 '일반의약품' 판매 인정 못하나?…강릉 약사회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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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사 '일반의약품' 판매 인정 못하나?…강릉 약사회 '갑질' 논란

한약사 A씨 "지역 제약회사와 거래 중단되면서 영업 피해" 호소
일부 제약회사 "강릉 약사회로부터 거래 중단 압박받았다" 증언
타 지역 의약품 도매업체에까지 전화로 거래 중단 '종용'하기도
2013년 인천지방검찰청 "한약사도 일반의약품 판매 가능" 결론

한약사 A씨(38)씨는 13평 남짓한 약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약회사들과 제대로 된 거래를 못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한약사 A씨(38)씨는 13평 남짓한 약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약회사들과 제대로 된 거래를 못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 강릉시약사회 회원들이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인정하지 않고 제약회사에 전화해 거래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등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약사회 회장까지 나서 전화"…전방위적인 영업 방해 증언

한약사 A씨(38)는 아내가 직장을 강릉으로 발령받으면서 아예 강릉지역으로 올해 이사 왔다.

전공을 살려 약국을 차리겠다고 결심한 후 13평 남짓한 공간에 실내 공사를 끝내고, 제약회사와 거래 계약까지 마친 지난 7월 말. A씨는 제약회사들로부터 "거래할 수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지역 약사들이 한약사가 약국을 차리고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안 좋게 본다"는 것이었다.

A씨에 따르면 일부 약사들은 그가 개업한 약국에 찾아와 "약국명칭을 바꾸라"고 하거나 행인을 붙잡고 "이 약국은 불법"이라고 말하는 등 노골적으로 영업을 방해했다.

이에 A씨가 아예 경기지역에 사무실을 둔 B 의약품 도매회사와 거래를 이어나가려고 하자 강릉시약사회가 직접 해당 B사에 전화해 거래중단을 '종용'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사진=유선희 기자)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사진=유선희 기자)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B사 관계자는 "강릉시약사회 회장이 직접 전화를 해서 A씨와 거래를 하면, B사와 같은 계열사인 C 도매회사와 거래를 끊겠다고 했다"며 "강릉지역에 있는 C사에 피해를 줄 수 없어 앞으로 A씨와 거래가 어렵게 됐다"고 알렸다.

또, 강릉지역에 사무실을 둔 D 제약회사에서 근무했던 E씨(31)는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강릉도 아닌 동해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분들까지 불만 전화를 해왔다"며 "이 중 한 약국은 A씨가 개업한 약국에 의약품을 거래한다는 이유로 거래정리까지 선언했다"고 전했다.

실제 D 제약회사는 강릉지역에서만 약국 5곳과 거래가 끊어졌고, 2곳에서는 반품처리가 진행됐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D 제약회사처럼 의약품 거래가 중단되거나 반품처리 된 제약회사는 한 곳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약사 A씨 영업 어려움 호소…약사회 "압력 행사한 적 없다"

A씨는 12곳의 제약회사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보냈고, 대한한약사회는 이들 제약회사를 약사법 위반으로 식품의약안전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진=A씨 제공)

A씨는 12곳의 제약회사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보냈고, 대한한약사회는 이들 제약회사를 약사법 위반으로 식품의약안전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진=A씨 제공)
현재 A씨는 제약업체들을 겨우 설득한 끝에 두 군데에서 의약품을 공급받아 간신히 약국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제약회사로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강릉지역을 넘어 타 지역에 있는 회사에까지 전화해 거래중단 압력을 넣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약사회가 제약사 직원들한테 '갑질'을 행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당장 의약품 직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의약품을 거래하지 않는 12곳의 제약회사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보낸 상태다. 또 A씨가 소속된 대한한약사회는 이들 제약회사를 약사법 위반으로 식품의약안전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약사회 우준기 회장은 "일부 젊은 약사들이 몇몇 제약회사들에 전화를 한 건 사실이지만, 약사회 차원에서 직접 제약회사들에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며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B사를 알지도 못할뿐더러 전화를 해 압력을 행사한 적도 절대 없다"고 부인했다.

한약사의 일반의약품을 판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 회장은 "괜찮은 것은 '아니'"라면서 "약사회 기본 입장은 '관심 없음'"이라고 덧붙였다.

우 회장은 CBS노컷뉴스 취재가 진행되자 약사회 회원들에게 "약사회 공식 입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무관심'"이라며 "회원들께서는 약사회의 공식 입장인 '무관심'을 기억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는 전체 문자를 돌리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취재가 진행되자 강릉시 약사회 우준기 회장이 회원들한테 보낸 문자. (사진=독자 제공)

CBS노컷뉴스 취재가 진행되자 강릉시 약사회 우준기 회장이 회원들한테 보낸 문자. (사진=독자 제공)


◇제약회사 압박한 약국단체는 과징금…한약사 고발은 '불기소' 처분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약사 단체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78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

약준모가 제약회사에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과 거래하지 말도록 강요한 것은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약준모는 공정위를 상대로 서울고등법원에 '시정명령과 과징급 납부명령 취소'를 요구하는 청구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과징금 부과처분이 부당하지 않다"며 이를 기각했다.

앞서 지난 2013년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서는 한약사의 의약품 판매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쉽게 말해 "한약사도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처분이다.

약사법 제50조에 근거해 한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따라 약을 짓는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지만,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는 그 제한을 따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약사법 제50조 3항은 "약국 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약국 개설자는 약사법 제20조와 제44조에 근거해 '약사 또는 한약사'를 포함한다.

'약준모 사건'을 담당한 우종식 변호사는 "한약사의 약국 개설은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며 "다만 법률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명확하게 대법원 판결을 받아 그에 따라 약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는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자의 사업을 방해하고 이 과정에서 약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넣었다면 불공정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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