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인재다"…태풍피해 강릉 이재민들 '분노'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밴드공유하기

"예견된 인재다"…태풍피해 강릉 이재민들 '분노'

강릉 강동면 산성우리 2리에서 주택 17채 침수
주민들 "하천관리 필요성 제기했지만 시에서 묵인"
강릉시 "재난안전과와 협의해 기술검토 진행 예정"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 사흘째인 8일 찾은 강릉시 강동면 산성우리 2리에서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과 대한적십자 등 자원봉사자 60여 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에 한창이었다. (사진=유선희 기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 사흘째인 8일 찾은 강릉시 강동면 산성우리 2리에서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과 대한적십자 등 자원봉사자 60여 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에 한창이었다. (사진=유선희 기자)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강원 동해안 지역에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릉에서만 주택 17채가 물에 잠긴 가운데 이재민들은 "예고된 인재"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 사흘째인 8일 강릉시 강동면 산성우리 2리는 도로반사경이 맥없이 쓰러지고 가드레일 일부가 휘어져 있는 등 곳곳에서 당시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빗물이 빠진 차도에는여전히 진흙과 모래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주민들과 대한적십자 등 자원봉사자 60여 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에 한창이었다.

주민 윤모(76) 할머니는 "물살이 얼마나 빠른지 순식간에 물이 무릎 위까지 찼다"며 "허겁지겁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고 났더니 눈물밖에 흐르지 않았다"며 당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6일 당시 순식간에 집에 물이 들어찬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윤모(76) 할머니. (사진=유선희 기자)

지난 6일 당시 순식간에 집에 물이 들어찬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윤모(76) 할머니. (사진=유선희 기자)
윤 할머니의 정강이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멍은 당시 급박하게 빠져나온 상황을 대신 설명해 주는 듯했다. 윤 할머니는 마당에 꺼내놓은 가구 중 쓸 만한 가구들을 선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태풍 루사 때도 물이 집에 들어차 가구들을 다시 새로 장만했는데 비슷한 일이 또 반복됐다"며 "태풍 때마다 이런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웃 주민 송모(61)씨는 "한 두 번도 아니고 비가 올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하니까 너무 괴롭다"며 "저지대인 탓에 비가 많이 오면 하천에서 빗물이 역류해 다 마을로 넘어온다"고 토로했다.

25호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도로반사경이 맥없이 쓰러지고 가드레일 일부가 무너졌다. (사진=유선희 기자)

25호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도로반사경이 맥없이 쓰러지고 가드레일 일부가 무너졌다. (사진=유선희 기자)
마을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물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하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이번 침수피해는 '예고된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주택이 모여 있는 곳에서 약 300m 정도만 걸어가면 정동진천에 설치된 잠수교가 나온다. 하지만 하천은 마치 갈대밭을 연상할 정도로 갈대가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강한 비바람에 뽑힌 갈대들과 각종 토사물들이 잠수교 밑에 뚫려 있는 구멍을 막아버려 물의 흐름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하천은 빗물을 수용하지 못하고 역류해 마을을 덮쳤다는 것이 주민 대다수의 설명이다.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천은 갈대가 무성해 마치 갈대밭을 연상할 정도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천은 갈대가 무성해 마치 갈대밭을 연상할 정도다. (사진=유선희 기자)
성산우리 2리 석양기(55) 이장은 "3년 전부터 강릉시에 하천 관리를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잠수교를 아예 없애고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우리 지역의 요구사항"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1~2년 전에 갈대 제거 사업을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릉지역에 하천이 워낙 방대한 데다가 예산문제 등 때문에 주기적으로 갈대를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침수피해가 잠수교와 영향이 있는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재난안전과와 협의해 기술적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영동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